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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31 하이트 스타우트 거품생성 머그 세트 2
무슨 예감이 들었는지 할 일 없이 이빨가게에 들러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는데,
느낌은 무섭게 들어맞아 예상도 못했던 아이템을 취득하게 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색깔이 까만 맥주이며
스타우트라는 이름을 가졌으나
태생은 라거라는 비극의 주인공인

'스타우트 by 하이'가 무려 거품생성 머그와 팀을 짜고 등장한

하이트 스타우트 거품생성 머그 증정 세트

되시겠다.


포장 케이스에서 느껴지는 비범함이 패키지 디자이너의 열정과 고뇌를 그대로 담고 있는 듯한데,
특히 WOW 유저의 현혹시키기 그지없는 '와' '우' 부터 시작해서 '깔끔상쾌흑맥주가여기있네' '이건그냥흑맥주가아니라구'
'스타우트330ML6병구입시거품생성머그잔1개증정' 까지 마치 어딘가의 무가지의 탈을 쓴 광고지에 등장할 법한
현란한 문구로 뭇사람들의 손과 발과 시선을 변형시키고 있다.

그 느낌을 말하자면 마치 신세계와 구세계의 만남,
또는 신대륙과 구대륙의 느낌이 중도적으로 어우러진,
또는 말하자면 이베리아 반도의 탱고를 추는 집시여인의 손길과 인도 콜카타의 재래시장에서 코브라 피리를 부는 노인의
인생역정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슬프구나.
나의 일천한 문장력과 편협한 감성으로는 그 느낌을 도저히 글로 자아낼 수가 없다.



어쨌든 그런 철학적인 디자인에다 330ML 짜리 6병이 들어있음을 알려주는 친절함을 갖춘 패키지 박스에는
안에 품고 있는 스타우트의 생년월일까지 자세하게 기재되어 있는데,

어머 이 자식 병입된 지 한 달도 안 된 자식이었어.

싱그러움이 기대되는데?



개봉을 해 보면 까만 맥주병 6개가 얌전히 도사리고 있다.
역시 패키지 박스의 친절함은 위선이 아니었어.

오른쪽에 붙어 있는 것은 분명 '거품생성 머그'가 숨어있는 아지트임에 틀림없다.



인큐베이터 채로 들어가 있다니, 주도면밀한데다 철두철미하기가 그지없다.

어쨌든 이것들은 이제 세상으로 나와 차디찬 찬공기가 가득한 현실에 내던져질 운명.
냉장고의 냉엄함을 마음껏 맛보다가 인간의 따뜻한 위장을 동경하며 잠들겠지.



모습을 드러낸 '거품생성 머그'가 사는 집.
증정용 집 주제에 지나치게 화려하게 꾸며 놓은 것이 아닌지...?


외부로 통하는 세상은 언제나 기대와 두려움의 대상.
지붕이 열리는 순간 그대는 또 다른 세상의 대기와 만난다.

독일에서 흑맥아로 태어나 한국에서 거품생성 머그잔에 담기는 기분은 과연 어떠실지?



이쁘닷!

아니 농담이 아니고 진짜 이쁜 잔인데, 이런 녀석을 소리소문없이 행사하고 있다니 대체 무슨 속셈이냐 하이트.
국내에 풀린 국내 맥주 증정잔 중에서 디자인으로는 레드닷 어워드 감일 듯.

재질은 머그이니 만큼 도자기 재질이고, 안쪽은 코팅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마치 석회석 같은 질감인데,
그것으로 인해 거품이 나름 풍성하게 생성되려고 자체 노력을 할 수가 있는 듯.

암튼, 기존에 전용잔이랍시고 제공된 클론 유리잔이 구형 로체라면 이 녀석은 K-7이다.
그 녀석이 그냥 커피라면 이 녀석은 T.O. ... ... ...



위에서 말한 대로 안쪽은 코팅이 되어 있지 않은 도자기 그대로의 모습.
바닥 우측 상단의 얼룩은... 뭔가 불순물이 끼어 버린 거 같은데 없어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갑자기 떨어져나와 인체에 흡수될 것 같지도 않으니 거슬리긴 하지만 그냥 두기로 한다.




바닥에 포인트를 준 것은 이런 연출을 위함이었나.
뒤집어 놓으면 마치 풍성한 맥주거품이 올라온 생맥주 한 잔의 분위기.
상황 연출력도 T.O. ... ... ...


무엇보다,
6병에 6천원이라는 가격은 (머그 포함) 모든 야유와 비난의 함성을 일단 지워버리기에 충분할 듯.
머그 가격만 해도 4-5천원은 충분하겠다.





비록 스타우트의 이름을 기만하는 라거라고 하지만
(없던 'LARGER TYPE'이라는 문구까지 슬그머니 넣고...)
가격 대비로 보자면 나쁘지만은 않은 녀석이라 생각함...
특히 싱거운 라거 일변도의 국내 맥주 중에서 유일하게 틀을 벗어난 맥주이기도 하니...



 

Posted by 닥고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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