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화 : 점심밥 전쟁>

 

에리코 : 으하암~ 점심시간까지 이제 한 시간 남았나.

 

유마 : 왜 그래, 에리코? 기분 좋아 보인다?

 

에리코 : 에헷헷. 유마, 눈치 챘어?

 

아야노 : 점심시간이 기다려지는 그 기분 나도 알 것 같아.
         그래, 점심시간이 되면 시모다카타니한테서 사랑점이 첨부된 동영상 메일이 오는 걸~.
         아앙~ 안 돼, 시모다카타니.
         그렇게 뜨거운 시선으로 보면 'I ♡ U' 가 녹아버려. 꺄릉~.

 

유마 : 에리코. 아야노 어떻게 할까.

 

에리코 : 적극적으로 무시하는 방향으로.

 

아야노 : 에엥- 농담. 농담이니까 절교하지마아-.

 

히메지 : 그래서? 에리코는 왜 그렇게 점심시간을 기다리는데?

 

에리코 : 아주 좋은 질문 하셨습니다, 히메지!
         실은 오늘 우리 엄마가 감기로 누워버리는 바람에 나 도시락 못 가져왔거든.

 

유마 : 아하! 그럼 매점에서 사 먹으려고?

 

에리코 : 빙고!
         역시 영혼의 벗, 스즈키 유마!
       
오가와 : 에에-? 그게 왜 그리 좋은 건데에-?

 

에리코 : 후훗. 내부생인 오가와는 모를 만도 하지.
         외부생인 우리들에게 있어서 매점에서 점심을 사 먹는다는 것은 꿈! 동경!
         어떤 의미로는 일종의 스테이터스(Status)!

 

아야노 : 구립중학교에서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도 없고 말야.

 

에리코 : 입학한 이후로 계속 기회를 노린지 어언 일 년.
         드디어 오늘! 바로 나 타카하시 에리코의 소망이 달성되려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들 : 우와아- 에리코! 매점 데뷔 축하해-!

 

히메지 : 매점이라... 거긴 개인적으로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데.

 

코우다 : 나한테 맡겨줘 봐앗!!!

         (콰탕!)

         사랑과 진실의 천재 여배우 코우다 아카리! 등장!

 

에리코 : 엑! 코우다?

 

유마 : 왜 청소도구함 속에서?

 

코우다 : 당연하지! 인생이란 임팩트와의 승부!

 

히메지 : 코우다. 또 도구함 속에서 자고 있었지?

 

코우다 : 으흥-. 인간이란 맘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 어떤 자세로라도 잘 수 있는 법이야.

 

에리코 : 이렇게는 절대 되고 싶지 않아.

 

아야노 : 코우다. 나한테 맡기라니 대체...?

 

코우다 : 괜차않아! 일단 이야기는 전부 들었으니까.

         에, 그러니깐. 뭐였지?

 

에리코 : 듣긴 뭘 들어!

 

오가와 : 코우다. 첫 화 째부터 날아다니는구나아.

 

아야노 : 에리코가 점심시간에 매점에 간다는 얘기였는데...

 

코우다 : 뭐야. 의외로 시시한 얘기네.

 

에리코 : 내 일생일대사에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코우다 : 그런 건 아니지만 말야.
         에리코. 우리 학교 매점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는 알고 있겠지?

 

에리코 : 왜 갑자기 개그표정 짓고 그래?

 

코우다 : 진지! 이거 진지표정!

 

유마 : 그치만 매점의 무서움이라니 뭔 얘길 하는 건지...

 

아야노 : 그냥 빵을 팔고 있을 뿐이잖아?

 

코우다 : 으아- 진짜! 이래서 외부생은 안 된다니까!

         잘 들어!
         점심시간의 매점은 말 그대로 전장!
         배고픔에 굶주린 아귀들이 제한된 음식물을 빼앗고 빼앗으며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죽음의 카니발이라고!
         피의 비가 내리는 일도 일상다반사야...

 

유마 : 너... 너무 과장이 심한 거 아냐?

 

히메지 : 꼭 과장이라고 할 수만은 없지.

         나도 예전에 매점에서 사 먹으려고 하다가 그 광란의 현장을 보고

         그냥 점심을 굶은 적도 있는 걸.

 

오가와 : 빵도 별로 많지 않고오, 중등부 애들도 사러 오니까아, 엄청나게 혼잡해 져어.

 

코우다 : 게다가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매일 매일 이 매점 전쟁에 목숨을 걸고 있는 녀석들이야.

         그 중에서도 성가신 것이 야키소바 빵만을 전문으로 독점하는 ‘홍생강 노부코’랑
         모든 커틀릿 샌드위치는 그 녀석을 통한다고까지 하는 ‘노릇노릇소스 후미’ 이 두 명!

 

아야노 : 야키소바 빵에 커틀릿 샌드위치만 골라서...

 

에리코 : 세상에. 전부 다 초 인기 메뉴잖아!

 

히메지 : 그러고 보니 들은 적이 있어.
         매점을 사용하는 이들의 동경의 대상이라고까지 하는 그 두 가지를

         8년에 걸쳐 계속 점령하고 있는 전설의 학생이 있다고.

 

유마 : 그럼 그 녀석들 8년 동안 매일 점심으로 야키소바 빵이랑 커틀릿 샌드위치?

 

오가와 : 그렇게 생각하니 참 허무하네에.

 

에리코 : 그것보다 졸업 안 한대...?

 

코우다 : 그 외에도 ‘초코데니쉬 마치코’ , ‘땅콩버터 타지마’ 라는 이명을 가진 녀석들이

         우글우글 하다고.
         어때, 에리코? 이래도 매점에 갈 거야?

 

에리코 : 후후후... 내가 누군 줄이나 알아, 코우다?

         나 타카하시 에리코. 걸어 온 싸움은 사양 않고 받는 것이 인생관!
         생강인지 소스인지 모르지만 그 녀석들을 때려 눕혀서 반드시 점심밥을 손에 넣고 말겠다!

 

유마 : 오오- 에리코가 불타고 있어.

 

아야노 : 중학교 때 유마랑 한 판 붙었을 때 같네.

 

유마 : 아하하... 그 땐 참 어렸지.

 

히메지 : 하지만 에리코. 상대는 말하자면 8년이나 벨트를 지켜 온 챔피언이야.

         보통 방법으론 안 될 거야.

 

에리코 : 그야 뭐... 그렇긴 하지만...

 

코우다 : 엣헹-! 거기가 바로 나 코우다 님께서 나설 차례지!
         내가 에리코의 특별코치가 되어 줄게.

 

에리코 : 에에~ 코우다가아?

 

코우다 : 걱정을 말라고! 이래 봬도 매점 경력 5년이니까.

         내 경험에서 도출한 매점으로 가는 최단루트, 복도에 숨겨진 함정의 경향과 대책,
         옆 학생과의 흥정술에서 잽싸게 건네지는 걸 받아내는 방법까지
         매점 전쟁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전수해 주겠어!

 

오가와 : 우와아- 왠지 대단하다아.

 

유마 : 이렇게 되면 코우다를 믿어 보는 수밖에 없지 않아?

 

에리코 : 으응... 뭐... 별 수 없나...

 

코우다 : 그렇게 정했으면 특훈개시!
         점심시간 시작종이 울릴 무렵엔 너도 훌륭한 매점전사야!

 

< * * * >

 

에리코 : 으흑... 흑... 아흐흑... 훌쩍...

 

유마 : 그래서. 결국 아무 것도 사지 못 했다 이거지.

 

에리코 : 그렇게나 열심히 했는데. 코우다의 특훈 따위 아무런 도움도 안 됐잖아!

 

코우다 : 아하하하... 아니... 설마 에리코가 그렇게까지 운치일 줄은 생각도 못했거든.

 

아야노 : 엄청났지.

         매점으로 향하는 최단루트에 도달하기 전에 스타트에서 다리가 꼬여 엎어지질 않나.

 

에리코 : 코우다의 훈련 방법이 잘 못된 거야.

 

히메지 : 복도에 설치된 함정이란 함정엔 모조리 걸려들지 않나.

 

에리코 : 코우다의 훈련 방법이 잘 못된 거야아!

 

오가와 : 게다가 가지고 있던 5백엔 동전마저 떨어뜨렸지?

 

에리코 : 흐에- 코우다의 훈련 방법이 잘 못된 거란 말야아- 흐에에엥~!

 

유마 : 아으 진짜. 울지 좀 마!

 

아야노 : 근데 어떡할 거야, 에리코? 이대로 있으면 영락없이 점심 굶어야 해.

 

에리코 : 어떻게 할 거냐고 나한테 그래도...

 

오가와 : 흐음- 배달시켜 먹든가아...

 

유마 : 오가와. 그거 전설이 될 거야.

 

코우다 : 에리코. 한 끼 정도는 그냥 참을래?

 

(꼬르르르륵)

 

에리코 : 안 될 것 같아...

         엄마가 그렇게 됐으니 아침도 먹지 못했고...

 

아야노 : 늦게까지 수업이 있으니까 제대로 먹어두지 않으면 힘들어.

         에리코는 지금이 한창 섭취할 때인 걸.

 

에리코 : 어디서 주워 들은 거야, 그런 말.

 

오가와 : 큰일 났네. 거르자니 힘들고.

 

히메지 : 뭐, 어렵게 생각할 거 없이 편의점에 가면 되잖아?

 

에리코 : 편의점?

 

< * * * >

 

에리코 : 그렇지! 애초에 이렇게 편의점에 왔으면 좋았잖아!

 

유마 : 학교 밖이라는 점이 맹점이었지.

       교문 타넘는 게 힘들긴 했지만.

 

코우다 : 컵라면에 뜨거운 물도 넣었으니, 다음은 돌아가서 먹는 것만 남았네.

 

에리코 : 응!
         이제 금방 학교에서 라면 먹는다~ ♪
         이제 금방 학교에서 라면 먹는다~ ♬

 

유마 : 좋았어. 이제 교문만 넘어서 교실에 들어가면 되겠네.

       으랏차! 으러잇차!

 

코우다 : 어라이엿차! 앗싸리넘었다!

         뭐 하고 있어? 에리코도 빨리 와.

 

에리코 : 에? 아... 그... 저기...

 

유마  : 왜 그래?

 

에리코 : 저기... 라면... 어쩌지...?

 

유마 : 아으 진짜! 왜 하필 오늘 그딴 짜증나는 걸 가지고 온 거야! 것도 뜨거운 물까지 집어 처넣고!

 

코우다 : 아 짜증! 그냥 거기서 먹어! 밖에서 먹어!

 

에리코 : 젓가락 교실에 있단 말야!

 

유마 : 그럼 스스로 알아서 해결 해!

 

에리코 : 알아서 하라니...

         좋아, 알았어. 컵라면을 감싸고 한 손으로 교문을 넘어 주겠어!
         으라이차앗차... 으그윽... 이엽! 우아악!!

 

(촤르륵)

 

유마 : 거시기... 뭐랄까... 에리코 치고는 참 열심히 했다고 봐.

 

코우다 : 올라가서 뛰어내리면 당연히 라면이 엎어지지.

 

에리코 : 으흑... 어묵이... 내 어묵이이이!!!

 

코우다 : 이렇게 된 이상... 비장의 수단을 쓰는 수밖에 없나.

 

< * * * >

 

오다기리 : 그래도 그렇지 나한테 오는 건 무슨 경우야?

 

코우다 : 뭐 어때요! 오다기리 선생님도 교직자라면 배고픈 학생에게 뭔가 좀 사 줘 봐요!

 

에리코 : 학생이 불쌍하지도 않아요?

 

오다기리 : 왜 내가 개인재산으로 학생의 식생활까지 책임져야 하는 건데?
           내 도시락은 못 준다.

 

코우다 : 필요 없어요. 그딴 오다기리 농축액 함유된 거.

 

에리코 : 뭐 좀 없어요? 도시락 숨겨놓은 거라든지.

 

오다기리 : 흠... 뭐, 점심값을 빌려주는 것 정도는 상관없지만 뭘 하든 이제 소용없을 걸.

 

에리코 : 에?

 

오다기리 : 5교시 시작할 시간 다 됐다.

 

< * * * >

 

에리코 : 으흑... 흑... 밥... 점심밥...

 

유마 : 울지 마, 에리코. 그래봤자 점심 한 끼잖아. 수업 끝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응? 응?

 

에리코 : 아흐으... 바압... 아흐으하으으...

 

유마 : 안되겠네, 이거.

 

히메지 : 아, 에리코. 갔다 왔구나.

 

에리코 : 어라? 뭐야, 그 반찬들.

 

아야노 : 점심 못 먹으면 큰일이겠다 싶어서 반 애들이 반찬을 조금씩 모았어.

 

오가와 : 상당히 많이 모았다아?

 

유마 : 헷. 잘 됐네, 에리코.

 

에리코 : 얘들아! 고마워! 역시 친구는 있고 볼 일이야!

 

히메지 : 내일은 안 줄테니까 그리 알아.

 

코우다 : 야 야 에리코. 이 소세지 맛있겠다.

 

아야노 : 그 미트볼은 내가 가져온 거야.

 

오가와 : 모카드링크도 있어어.

 

에리코 : 오가와- 그건 됐어-.

 

(시끌시끌)

 

<1화 점심밥 전쟁 끝>

 

 

 

오역에 대한 태클은 언제나 환영...

아... 에리코랑 유마 목소리 헷갈려서 죽겠네...-_-;;...

아선이 망하는 바람에 여고생 정발도 5권에서 끝나고...

누가 판권 사들여서 6권 좀 내 줘어!!!

 

Posted by 닥고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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