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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10.16 블루레이 드라이브 : 히타치엘지 Super Multi Blu-ray WRITER (BH16NS55)

얼마 전에 내장형 블루레이 드라이브를 하나 샀어요.

그러고 보니 13년 만에 구입한 블루레이 드라이브에요.

 

그만큼 세월이 흐르면서 광매체에 대한 세간의 수요도 많이 줄어들었고,

ODD 대신 OTT가 자리를 차지해 가고 있고, 

ODD 없이 나오는 PC본체가 오히려 익숙한 세상이 되어 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죽지 않았어요.

 

아직 제조사는 남아 있고 - 가격은 오히려 올라가고 있지만.

ODD를 찾는 손길도 남아 있고 - 매체의 수명이 논란에 올라 있지만.

내 방에 DVD/블루레이도 한 가득 쌓여 있어요 - 보는 것보다 사들이는 게 더 많은 미친 상황이지만.

 

이대론 못 죽는 것이야요.

사 놓은 DVD/블루레이는 죽기전에 다 보고 죽을 것이야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이제 와서 굳이 블루레이 드라이브를 하나 더 샀어요.

13년 전에 샀던 것은 LG전자 제품이었는데, 이번에 산 것은 히타치LG데이터스토리지에요.

그래요. LG마저 ODD 시장을 버렸어요.

어쩌면 스마트폰 시장을 버린 것보다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어요.

이 제품도 원래 LG전자 시절에 있던 모델인데 HLDS로 합병되면서 그 모델 그대로 따라왔다고 해요.

신제품의 개발이 멈춰버린 시장이라는 뜻인가 싶기도 해요.

 

맨날 서론이 길어요.

빠르게 제품 사진 갈게요.

 

포장 박스 디자인은 좋게 말하면 심플하고 나쁘게 말하면 단조로워요.

이 바닥 상황을 에둘러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유지해 주는 게 어디에요.

골판지 박스 포장이라도 제품만 멀쩡하게 나와 주면 되는 것이에요.

 

제품 스펙도 사실상 큰 발전은 없어요.

기술 개발이 막판에 이르른 분야라 그런 거 같아요.

개인 홈시어터 환경을 4K나 8K(!)로 구축하려는 수요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일반적인 가정이 보유한 디스플레이에서 FHD 정도면 아직 충분하니까요.

반박 시 여러분 말씀이 맞습니다.

 

역사와 전통의 스펀지 프레임에 잘 싸여 있는 구성품이 묘한 편안함을 선사해 줘요.

'검증되었다'는 것은 '안정적이다' 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니까요.

 

SATA케이블과 4핀전원커넥터와 프로그램 설치 디스크와 ODD 본체가 세트를 이루고 있어요.

이렇게 보니 익숙한 구성품들이라 더 반가워요.

정말이지 '기본'이라는 말이 이렇게 중요하게 느껴질 시대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종이로 된 사용설명서와 보증서 같은 건 없어요.

이젠 무의미하니까요.

 

전면부 베젤은 좀 많이 저렴한 느낌이에요.

13년 전에 들여온 CH10LS20이랑 비교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하긴 뭐 그냥 작동이랑 인식만 잘 해 주면 되는 거에요.

하는 김에 진동 좀 적고 내구성도 좀 받쳐 주고 트레이도 잘 뱉고 삼켜 주면 좋은 거구요.

디자인은 장식에 불과해요.

다리도 장식에 불과하지요.

 

후면은 크게 특이할 건 없어요.

SATA에요.

IDE가 아니라서 실망하신 분은 없을 거에요.

아니 진짜로.

 

옆면도 크게 특이할 건 없어요.

5.25인치 베이를 갖춘 본체도 갈수록 소중해져 가니까 잘 대해 주세요.

 

위에서 4K를 살짝 언급했었는데, 이 제품에는 감춰진 비기가 있다고 해요.

이건 1.05 버전이라서 그대로는 안되지만 하위버전 펌웨어로 바꾸면 세상에나 4K 디스크 인식이 가능하대요.

세상의 은둔 고수들은 그렇게 다운그레이드를 통한 파워업으로 한 차원 높은 시각적 유희를 만끽한다고 하네요.

다운그레이드인데 파워업이라니 이게 무슨 100마일짜리 아리랑볼 같은 소리에요.

물론 주화입마에 걸리는 게 무서워서 저같은 쫄보는 시도도 하지 않지만요.

그냥 그런 게 있다는 소리이지요.

 

여튼 저튼 끝.

 

* 기존 모델보다 매체 인식률이 좀 떨어지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Posted by 닥고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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